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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대부 : 한 집안의 결혼식에서 시작되는 권력과 피의 계승, 조용한 미장센과 인물 연기가 만든 느린 폭력의 감각, 갱스터 장르를 비극적 가족 서사로 격상시킨 분기점, 서사·연출·편집을 동시에 배우는 완벽한 교재,

by 조이나더 2025. 12. 8.

영화<대부>

영화 「대부」는 한 이탈리아계 마피아 가문의 흥망을 통해, 가족·권력·도덕이 뒤엉킨 미국식 성공 신화를 냉혹한 비극으로 뒤집어 놓은 범죄 서사시다. 마피아 세계를 낭만화하기보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가족과 영혼까지 조금씩 침식되어 가는 과정을 적막한 리듬으로 보여 주며 “폭력으로 쌓은 가족 사업”의 진짜 대가를 묻는다.

한 집안의 결혼식에서 시작되는 권력과 피의 계승

영화는 1945년, 뉴욕의 거대 마피아 가문 코를레오네 집안의 딸 코니 결혼식으로 시작한다. 결혼식장 뒤편 방에서는 ‘대부’ 비토 코를레오네가 사람들의 청원을 받아들이며, 정치인·경찰·사업가와 얽힌 은밀한 네트워크와 도덕 규칙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전쟁 영웅이지만 조직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하던 막내 아들 마이클은 아버지에 대한 암살 시도와 전쟁, 형 소니의 죽음을 거치며 결국 조직의 후계자로 변모하고, 마지막에는 세례식과 라이벌 일가 학살을 교차 편집한 장면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대부’로 즉위한다.

조용한 미장센과 인물 연기가 만든 느린 폭력의 감각

「대부」의 특징은 총격전보다 그 전후를 둘러싼 침묵, 회의실과 식탁, 어두운 사무실에서의 대화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점이다. 고든 윌리스의 어둡고 대비 강한 조명은 캐릭터들의 얼굴을 반쯤 그림자 속에 숨기며, 가족애와 잔혹함이 동시에 거주하는 인물의 이중성을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마를론 브란도의 최소한의 몸짓과 낮은 목소리, 알 파치노의 점점 굳어가는 표정과 시선은, 감정 과잉 대신 권력과 공포를 절제된 연기로 구현해 ‘폭력이 말없이 통치되는 세계’라는 인상을 남긴다.

갱스터 장르를 비극적 가족 서사로 격상시킨 분기점

「대부」는 갱스터 영화의 관습을 유지하면서도, 이야기의 중심을 “범죄”가 아니라 “가족과 계승”에 둠으로써 장르의 위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조직 내부의 계보, 장남·차남·막내의 역할 분담, 구세대와 신세대의 충돌, 이민자 가족이 미국 사회에서 자리 잡는 과정 등은, 단순한 범죄 이야기를 넘어 “어두운 미국 대서사시”로 읽히게 한다. 이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마피아·범죄 조직을 다루면서도, 가족 서사와 도덕적 타락을 함께 탐구하는 방식을 차용했고, 「대부」는 그 원형으로 영화사 논의에서 반복적으로 소환된다.

영화과에서 서사·연출·편집을 동시에 배우는 완벽한 교재

이 영화가 영화과 단골 교재인 이유는, 플롯 구조·장면 설계·연출·촬영·편집·사운드가 모두 교과서적으로 명료하면서도 분석할 수 있는 층위가 끝없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결혼식–암살 시도–보복–시실리 망명–귀환–세례식 학살로 이어지는 장대한 구조는 고전적 3막 구성을 충실히 따르면서, 인물의 심리 변화와 가족 권력 이동을 치밀하게 겹쳐 놓은 사례로 시나리오 수업에서 자주 해부된다. 특히 세례식과 동시다발적인 암살 장면을 교차시키는 클라이맥스 편집, 어두운 실내와 밝은 야외의 조명 대비, 파촐리니의 음악이 만드는 장중한 리듬 등은 연출·촬영·편집·음악 수업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분석 대상이다.

권력과 가족, 그리고 타락에 대한 보편적 비극으로서의 필견작

「대부」를 꼭 봐야 하는 이유는, 마피아라는 특수한 세계를 통해 ‘권력과 가족’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가장 설득력 있고도 무자비한 방식으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마이클은 처음에는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범죄 세계에 발을 들이지만, 영화가 끝날 즈음 그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파괴하는 인물이 되어 있고, 관객은 그 변화를 이해하면서도 섬뜩함을 지울 수 없다. 죽음과 배신, 충성의 의례, 가족 식탁의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폭력과 타협을 통해 얻은 성공이 결국 무엇을 잃게 만드는지, 그리고 ‘가족을 위한 선택’이라는 말이 얼마나 쉽게 자기합리화의 언어가 될 수 있는지를, 이보다 더 정교하게 보여 주는 영화가 드물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