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뉴욕이라는 도시의 설렘과 쓸쓸함, 그리고 정착을 두려워하는 한 여자의 초상화를 로맨틱 코미디의 형식 속에 담아낸 작품이다. 겉으로는 화려한 연애담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체성과 소속감을 갈망하면서도 끝까지 “길들여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현대인의 초조함이 흐른다.
도시의 요정 홀리 골라이틀리, 사랑 앞에서 멈춰 서다
영화는 새벽의 5번가, 티파니 보석상 쇼윈도 앞에서 커피와 빵을 들고 서 있는 홀리 골라이틀리의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겉으로는 파티와 부유한 남성들을 오가며 가볍게 살아가는 사교계의 자유분방한 여성처럼 보이지만, 홀리는 실은 텍사스 출신의 과거를 숨기고 뉴욕에서 새 이름과 새로운 인생을 연출해 온 인물이다. 그 옆집으로 이사 온 무명 작가 폴 바작이 그녀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면서, 둘은 서로의 가면 뒤에 숨겨진 외로움과 두려움을 마주하게 되고, 결국 사랑과 도피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우아한 로맨틱 코미디 속에 숨어 있는 불편함과 양가성
이 영화는 경쾌한 재즈 음악, 세련된 뉴욕 로케이션, 파티 장면의 리듬감 있는 연출로 1960년대 초 대도시의 ‘시크함’을 형상화한다. 동시에 홀리가 조직범죄와 얽힌 인물에게서 돈을 받다가 경찰 조사를 받는 설정, 경제적 생존을 위해 관계를 거래하는 묘사 등은 로맨틱한 겉모습 아래 놓인 냉혹한 현실을 드러낸다. 무엇보다도 오늘날 관객에게는 일본인 집주인 캐릭터를 백인 배우가 과장된 분장으로 연기한 장면이 인종차별적 캐리커처로 강하게 문제 제기되고 있어, 이 영화는 한편으로는 시각적 세련미의 기준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시대의 편견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텍스트로 남는다.
오드리 햅번이 완성한 현대적 여성 아이콘의 이미지
홀리 골라이틀리는 원작에서보다 훨씬 ‘낭만화’된 인물로 각색되었고, 그 이미지를 완성한 것은 오드리 햅번의 존재감이었다. 그녀가 티파니 매장 앞에서 작은 검은 드레스, 진주 목걸이, 길게 뻗은 담뱃대와 함께 서 있는 오프닝 쇼트는 이후 수십 년간 패션과 영화사 전체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소비되며, ‘모던하고 독립적인 여성’에 대한 신화를 만들어 냈다. 햅번이 보여 주는 홀리는 허영스럽고 자기모순적인 인물이면서도, 동시에 상처와 불안을 감추기 위해 우아함을 갑옷처럼 두른 사람으로 그려져, 이후 도시 여성 캐릭터들의 원형으로 반복 인용된다.
불완전함까지 품어 안는 고전 명화의 힘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원작과의 차이, 인종 묘사의 문제, 직업과 성 역할에 대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전 명화로 사랑받는다. 그 이유는 완벽한 모범답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정착을 두려워하는 인물의 모순과, 화려한 도시의 외피 아래 숨어 있는 고독을 로맨틱한 결말과 함께 보여 주기 때문이다. 티파니 쇼윈도 앞에서 느끼는 잠시의 안식, 이름 없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빗속에서 서성이던 홀리가 마지막에 사랑과 책임을 택하는 순간은, 여전히 많은 관객에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마음”을 위로해 주는 장면으로 남아 이 영화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반복해서 소환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