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패왕별희」는 경극 무대를 살아가는 두 예술가의 관계를 통해, 한 개인의 욕망과 정체성이 20세기 중국 현대사의 폭력 속에서 어떻게 뒤틀리고 파괴되는지를 보여 주는 비극적 서사다. 사랑·예술·정치가 한 몸처럼 얽혀 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이자 정치극, 예술가 영화이자 역사 영화라는 여러 이름으로 동시에 불린다.
예술과 사랑, 그리고 시대가 가르는 삼각 구도
이야기는 창녀였던 어머니에게 버려진 소년 더우쯔(훗날 청더이)가 경극 학교에 맡겨지며 시작된다. 혹독한 훈련 속에서 그는 무왕 역할을 맡은 스투어(두안샤오러우)와 평생의 파트너가 되고, 성장한 뒤 두 사람은 「패왕별희」의 패왕과 우희로 명성을 떨치지만, 더이는 무대 밖에서도 샤오러우를 향한 애정을 버리지 못한다. 그들 사이에 창부 출신 쥐셴이 아내로 들어오면서 삼각 구도가 형성되고, 일본 점령·국공내전·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역사 속에서 세 사람의 관계와 예술, 정체성이 계속 시험대에 오른다.
경극의 화려함과 현실의 잔혹함이 교차하는 미장센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화려한 경극 무대와 참혹한 현실을 끊임없이 대비시키는 방식이다. 붉은색·금색을 중심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무대 의상과 분장은 더이가 연기하는 ‘우희’ 이미지와 결합해, 성별 경계를 넘나드는 매혹적인 아이콘을 만들어 내는 동시에, 그가 무대 밖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어디에도 온전히 놓지 못하는 파열감을 강조한다. 반면 학교에서의 체벌, 거리와 감옥, 문화대혁명 비판투쟁 장면 등은 탁하고 차가운 톤으로 촬영되어, 예술이 아무리 숭고해도 권력과 폭력 앞에서는 언제든 짓밟힐 수 있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각인시킨다.
중국 영화의 세계적 도약을 이끈 역사·정치 멜로드라마
「패왕별희」는 두 예술가의 삶을 통해 군벌 시대, 일본 침략, 국민당·공산당 교체, 문화대혁명에 이르는 중국 현대사를 압축적으로 스케치한다. 개인의 사랑과 배신, 예술에 대한 헌신이 정치 운동의 폭력에 의해 변형되고 도구화되는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이 영화는 중국 근현대사의 상처와 모순을 서정성과 잔혹함이 뒤섞인 방식으로 드러낸다. 199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중국 제5세대 감독들의 성취를 세계에 각인시켰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은 중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을 끌어올린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인물·역사·미장센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교재
영화과에서 「패왕별희」가 단골 교재가 되는 이유는, 한 작품 안에 인물 심리, 성·젠더, 이데올로기, 미장센, 역사·정치 등 분석 포인트가 지나칠 만큼 풍부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더이와 샤오러우의 애매한 관계, 쥐셴의 위치, 무대 위·아래에서 뒤집히는 성역할과 권력관계는 퀴어 영화, 젠더 연구, 스타 연구의 텍스트로 자주 다뤄진다. 동시에 경극 훈련 장면, 무대 연출, 색채·소품·공간 구성은 동아시아 미장센 분석의 대표 사례로 쓰이며, 역사적 맥락과 결합해 ‘예술과 정치의 관계’를 토론하기에 최적의 영화로 활용된다.
예술과 사랑이 역사를 견디는 방식에 대한 잊힐 수 없는 질문
「패왕별희」를 꼭 봐야 하는 이유는, 단지 중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멜로드라마이기 때문이 아니라, 예술과 사랑이 어떻게 서로를 구원하면서 동시에 파괴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더이에게 경극과 샤오러우는 삶의 전부지만, 그 절대적인 애정은 시대의 폭력과 오해, 배신 속에서 모두를 상처 입히는 비극으로 귀결되고, 관객은 ‘무엇을 위해 연기하고 사랑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마지막에 다시 무대 위 「패왕별희」를 연기하는 순간, 현실과 연극, 사랑과 집착, 개인과 역사 사이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이 모호함 자체가 삶의 진실에 더 가까운 것인지 되묻게 만드는 점에서, 이 영화는 한 번 본 뒤 쉽게 잊히지 않는 비극적 걸작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