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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 반지하와 언덕 위 저택이 만든 비틀린 동거, 수직 구조와 장르 혼종이 드러내는 계급의 얼굴, 칸 황금종려와 아카데미 작품상이 연 영화사의 새 장, ‘K-시네마’ 위상에 남긴 궤적, 웃음과 비극 사이에서 계급 현실을 마주하게 만드는 필견작

by 조이나더 2025. 12. 9.

영화 기생충

영화 「기생충」은 한 집에 얽힌 두 가족의 관계를 통해, 현대 한국 사회의 계급 격차와 욕망, 폭력의 구조를 블랙코미디와 스릴러의 형식 속에 녹여낸 사회극이다. 웃음과 서스펜스, 잔혹한 폭력이 한 집 안에서 교차하며, “위로 올라가려는 몸부림”이 어떻게 비극으로 귀결되는지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반지하와 언덕 위 저택이 만든 비틀린 동거

서울 반지하에 사는 김기택 가족은 피자박스 접기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다, 아들 기우가 친구의 소개로 부잣집 박 사장의 딸 영어 과외 자리를 얻게 되면서 박가의 저택에 침투하기 시작한다. 기우와 동생 기정은 위조 서류와 연출을 통해 미술 치료사, 기사, 가사도우미 자리를 하나씩 빼앗아 전 가족이 ‘고급 인력’으로 위장 취업하고, 언덕 위 저택은 어느새 두 가족이 공존하는 공간이 된다. 그러나 비가 쏟아지는 밤, 해고된 옛 가사도우미 문광이 집을 찾아와 숨겨진 지하 벙커와 그 안에 숨어 산 지하 가족의 존재를 밝히면서, 두 계층·두 가족의 비밀이 충돌하고, 결국 아이 생일 파티에서 계급과 분노, ‘냄새’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참극으로 이어진다.

수직 구조와 장르 혼종이 드러내는 계급의 얼굴

「기생충」의 핵심 미장센은 집과 도시의 ‘수직 구조’다. 언덕 위 박가 저택, 그 아래 반지하, 그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는 지하 벙커라는 수직 축은, 단지 공간이 아니라 계급·정보·햇빛 접근성의 위계를 상징하며, 비가 오면 부유층에겐 ‘잔잔한 풍경’이지만, 아래층에겐 삶의 터전을 휩쓰는 재난이 되는 현실을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 장르적으로도 코미디, 가족극, 케이퍼 무비, 호러, 스플래터에 가까운 폭력까지 한 영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전환되며, 이를 통해 계급 갈등이 결코 한 가지 톤이나 언어로만 포착될 수 없다는 점을 드러낸다.

칸 황금종려와 아카데미 작품상이 연 영화사의 새 장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비영어권 영화로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이 성취는 비영어권, 특히 아시아 영화가 헐리우드 중심의 상징 자본 구조를 실제로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사건으로, “봉준호 이전/이후”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영화사적 분기점으로 언급된다. 동시에 이 작품은 ‘국가 홍보물’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그늘과 모순—반지하 주거, 비정규직, 사교육, 재테크와 불로소득—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작품이었기에, 한국 사회 내부에서도 자기 성찰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한국 영화산업과 세계 속 ‘K-시네마’ 위상에 남긴 궤적

「기생충」은 이미 세계 영화제에서 주목받던 한국 영화의 위상을 상업·상징적 측면 모두에서 한 단계 끌어올렸다. 영화의 성공은 K-팝에 치우쳐 있던 한류 담론을 영화·드라마 등 영상콘텐츠 전반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한국영화 제작 및 배급 시스템, 장르 혼종성, 사회비판적 리얼리즘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폭발적으로 키웠다. 또한 봉준호의 이전 작품들(「살인의 추억」「괴물」「설국열차」 등)과 더불어, 한국 영화가 장르적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하는 방식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모델이라는 인식을 강화해, 이후 한국·아시아 감독들의 글로벌 프로젝트 참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웃음과 비극 사이에서 계급 현실을 마주하게 만드는 필견작

「기생충」을 꼭 봐야 하는 이유는, 계급·불평등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설교나 통계 대신, 한 집 안에서 벌어지는 날렵한 장르극으로 체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가족의 사기극은 분명 비도덕적이지만, 그들의 처지와 욕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관객은 “이들이 정말 ‘기생충’인가, 아니면 구조가 이들을 그런 위치로 내모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마지막에 기우가 상상하는 ‘집을 사서 아버지를 지하에서 꺼내 오는’ 계획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영화는 계급 상승 서사의 환상을 무너뜨리며, 관객에게 자신의 위치와 사회 구조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숙제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