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과 사는 남자」는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온다웍스·비에이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2026년 한국 사극 영화로,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폐위된 어린 왕 단종과 그 곁을 지키는 촌장 엄흥도의 마지막 네 달을 그린 작품이다.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 박지환, 이준혁, 안재홍 등 묵직한 캐스팅 라인업을 앞세워, 역사적 비극과 소시민의 욕망, 그리고 왕과 민초 사이의 관계를 동시에 조명한다.
출연진과 관계성
*유해진(엄흥도): 청령포 마을 촌장으로, 유배지 유치를 통해 마을 사람들에게 쌀밥 한 끼, 입신양명 한 번의 기회를 안겨주고 싶어 하는 현실주의적 가장이다. 단종을 지키려는 의로움과, 가족과 촌민의 생계를 지키려는 세속적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물이다.
*박지훈(단종): 왕위에서 쫓겨나 청령포에 유배된 어린 왕으로, 왕권을 잃은 뒤 ‘존재해야 할 이유’를 고민하며 성장해 가는 청년의 얼굴을 보여준다. 엄흥도와는 신분을 넘어선 동지이자 가족 같은 관계로 변모한다.
*유지태(한명회), 전미도, 박지환, 이준혁(금성대군), 안재홍 등은 각각 조정의 권력자, 마을 사람들, 사육신과 연루된 인물로 등장해, “왕과 백성” 사이에 서 있는 정변의 그림자를 드러낸다.
엄흥도와 단종은 처음에는 ‘유배지 관리인’과 ‘폐위된 왕’ 관계로 만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의 고독과 두려움을 이해하는 친구이자 가족에 가까운 관계로 진화한다.
박스오피스 성적과 상징성
영화는 개봉 31일째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34번째 천만 영화이자, 한국 영화로는 25번째 천만 영화에 올랐다. 이후 2026년 4월 10일 기준 누적 관객 1628만 명을 기록, 「극한직업」을 제치고 역대 흥행 2위에 올라섰다. 매출액은 1425억 원으로, 전체 박스오피스 매출 순위에서는 「명량」·「극한직업」을 넘어 1위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세조·사육신 같은 ‘큰 역사’보다, 단종과 민초의 삶·연대를 전면에 내세운 정통 사극이 2020년대 중반에도 대중적 흡입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이자, 팬데믹 이후 침체됐던 한국 극장 시장이 완연한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상징적 지표로 읽힌다.
미장센과 배우들의 호연
비평가들은 이 작품이 세조의 쿠데타와 사육신 복위 운동 같은 정치극보다는, ‘단종의 마지막 네 달’과 광천골 민초들의 삶을 공들여 그리는 방식으로 독특한 사관을 제시한다고 평한다. 강원도 청령포 일대의 산과 물을 넓은 와이드샷으로 담아 압도적 고립감을 표현하는 동시에, 초가집 안, 좁은 방, 밥상 위 등 밀도 높은 근접샷으로 왕과 마을 사람들의 정을 촘촘히 쌓는다.
유해진은 소시민적 욕망과 의로운 선택 사이를 오가는 엄흥도의 내면을 섬세하게 보여 주며, 단종 앞에서의 유약함과 촌민들 앞에서의 우직함을 자유자재로 오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지훈 역시 유배된 어린 왕의 두려움과 성장, 그리고 마지막 결단의 순간을 인상적으로 그려내며,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반응이 많다. 주변 배우들의 안정적인 호연 덕분에, 일부에서 지적하는 연출·편집의 다소 허술한 부분이 일정 부분 상쇄된다는 평도 뒤따른다.
개봉 이후 사회적 현상
역사적으로 이미 잘 알려진 단종 폐위와 사육신의 비극을 다룬 영화임에도, 관객들은 “다 아는 얘기인데도 울게 되는 영화”라는 반응을 보이며 세대별로 폭넓은 공감을 표했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단종 유배지 청령포와 관련 사적지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 ‘성지순례’ 관광 수요가 증가했고, 소시민의 의(義)와 연대에 대한 담론이 SNS·칼럼 등에서 활발히 오갔다.
또한 온다웍스의 첫 장편 작품이자 장항준 감독의 첫 사극이라는 점, 그리고 “사극=흥행 불모지”라는 인식이 완전히 깨졌다는 점에서, 후속 사극 프로젝트와 중·저예산 시대극 기획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추천하는 이유
「왕과 사는 남자」를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하 정치극 대신 ‘왕과 사는 소시민’의 시선에서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가는 방식 때문이다. 어린 왕과 촌장이 같이 밥을 먹고, 같은 바람을 맞으며, 함께 외로움을 견디는 장면들은 신분의 벽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적인 연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동시에, “의로운 일을 하고 화를 당하는 것은 달게 여긴다”는 엄흥도의 선택은, 오늘날의 관객에게도 윤리와 생존 사이의 오래된 질문을 조용히 던진다.
연출의 완성도 면에서 아쉬운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배우들의 호연과 강원도의 압도적인 풍광, 그리고 왕과 민초의 관계를 중심에 둔 드라마적 힘 덕분에, 가족과 함께 보기에 좋은 역사 영화이자 오랜만에 극장에서 울고 웃게 만드는 한국 사극으로 충분히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