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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저수지의 개들 : 영화의 줄거리, 전후의 비선형적 구성, 독립영화 르네상스를 연 잔혹한 장르 실험, 시나리오·캐릭터·구성을 해부하기 좋은 영화, 폭력과 신뢰, 그리고 도덕적 회색지대를 직면하게 만드는 영화 영화 「저수지의 개들」은 다이아몬드 강도 사건의 ‘전후’만을 보여 주며, 누가 배신자인지 서로 의심하는 범죄자들의 대치를 통해 폭력·신뢰·도덕성의 붕괴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폐쇄극이다. 장르적 쾌감과 형식 실험을 결합한 이 데뷔작은, 저예산 독립영화가 어떻게 강렬한 서사와 캐릭터만으로 영화사를 뒤흔들 수 있는지를 증명한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실패한 완전 범죄가 남긴 피투성이 의심의 무대이야기는 이미 망가진 강도 작전의 뒷수습에서 시작한다. 보스 조 캐벗에게 고용된 여섯 명의 범죄자들은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색깔 이름(화이트, 핑크, 오렌지, 블론드, 브라운, 블루)만 부여받고 다이아몬드 강탈을 수행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출동한 경찰로 인해 작전은 실패하고 몇 명은 현장에서 사망하거나 흩어진다. 창고에 .. 2025. 12. 8.
[영화]쉰들러 리스트 : 줄거리, 흑백 화면과 선택적 색채가 만든 도덕적 대비, 홀로코스트 재현과 역사 기억, 헐리우드 문법과 윤리적 재현, 생명의 무게를 기억하게 하는 영화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한 냉혹한 사업가의 시선을 통해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응시하면서, 인간의 탐욕과 양심, 악의 구조 속에서 가능했던 작은 선의 힘을 동시에 보여 주는 역사 드라마다. 거대한 비극을 직접 묘사하기보다는, 한 사람이 감당한 선택과 죄책감을 밀도 있게 따라가며 “역사 속 개인의 책임”이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돌려준다.​줄거리영화는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점령 하의 크라쿠프에, 돈을 벌기 위해 찾아온 독일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로 시작한다. 그는 나치당원이자 “전쟁 특수”를 노리는 기회주의자로, 유대인 회계사 이츠하크 슈턴의 도움을 받아 값싼 유대인 노동자를 쓰는 법정상 합법 공장을 운영하며 막대한 이익을 취한다. 그러나 크라쿠프 게토의 강제 이주와 학살, 플라슈프 강제노동수용소의 잔혹함, .. 2025. 12. 8.
[영화]대부 : 한 집안의 결혼식에서 시작되는 권력과 피의 계승, 조용한 미장센과 인물 연기가 만든 느린 폭력의 감각, 갱스터 장르를 비극적 가족 서사로 격상시킨 분기점, 서사·연출·편집을 동시에 배우는 완벽한 교재, 영화 「대부」는 한 이탈리아계 마피아 가문의 흥망을 통해, 가족·권력·도덕이 뒤엉킨 미국식 성공 신화를 냉혹한 비극으로 뒤집어 놓은 범죄 서사시다. 마피아 세계를 낭만화하기보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가족과 영혼까지 조금씩 침식되어 가는 과정을 적막한 리듬으로 보여 주며 “폭력으로 쌓은 가족 사업”의 진짜 대가를 묻는다.​한 집안의 결혼식에서 시작되는 권력과 피의 계승영화는 1945년, 뉴욕의 거대 마피아 가문 코를레오네 집안의 딸 코니 결혼식으로 시작한다. 결혼식장 뒤편 방에서는 ‘대부’ 비토 코를레오네가 사람들의 청원을 받아들이며, 정치인·경찰·사업가와 얽힌 은밀한 네트워크와 도덕 규칙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전쟁 영웅이지만 조직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하던 막내 아들 마이클은 아버지에 대한 암살 시도와 .. 2025. 12. 8.
[영화]패왕별희 : 시대가 가르는 삼각 구도, 경극의 화려함과 현실의 잔혹함이 교차하는 미장센, 중국 영화의 세계적 도약을 이끈 역사·정치 멜로드라마, 인물·역사·미장센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교재,예술과 사랑이 역사를 견디는 방식에 대한 잊힐 수 없는 질문 영화 「패왕별희」는 경극 무대를 살아가는 두 예술가의 관계를 통해, 한 개인의 욕망과 정체성이 20세기 중국 현대사의 폭력 속에서 어떻게 뒤틀리고 파괴되는지를 보여 주는 비극적 서사다. 사랑·예술·정치가 한 몸처럼 얽혀 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이자 정치극, 예술가 영화이자 역사 영화라는 여러 이름으로 동시에 불린다.​예술과 사랑, 그리고 시대가 가르는 삼각 구도이야기는 창녀였던 어머니에게 버려진 소년 더우쯔(훗날 청더이)가 경극 학교에 맡겨지며 시작된다. 혹독한 훈련 속에서 그는 무왕 역할을 맡은 스투어(두안샤오러우)와 평생의 파트너가 되고, 성장한 뒤 두 사람은 「패왕별희」의 패왕과 우희로 명성을 떨치지만, 더이는 무대 밖에서도 샤오러우를 향한 애정을 버리지 못한다. 그들 사이에 창부 출신 .. 2025. 12. 8.
[영화]중경삼림 : 스쳐 지나간 사랑, 감정의 도시 풍경, 홍콩 뉴웨이브, 도시 멜로드라마, 영화과 대표 텍스트, 혼란한 시대에 건네는 위로 영화 「중경삼림」은 1990년대 홍콩이라는 도시 공간을 배경으로, 스쳐 지나가는 인연과 정착하지 못하는 마음을 몽환적인 리듬과 색채 속에 담아낸 로맨틱 멜랑콜리다. 범죄·로맨스·코미디 요소가 뒤섞여 있지만, 핵심에는 ‘사랑에 실패한 사람들이 어떻게 다시 살아갈 힘을 찾는가’라는 조용한 질문이 놓여 있다.​스쳐 지나간 두 번의 사랑, 서로 닿지 않는 이야기들영화는 서로 느슨하게 연결된 두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223호 형사는 애인 메이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뒤, 유통기한이 같은 파인애플 통조림을 모으며 관계의 만료를 받아들이려 하고, 그 과정에서 금발 가발을 쓴 마약 밀매상 여인을 만나 짧지만 묘한 하룻밤의 동행을 경험한다. 이어지는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승무원 여자친구에게 이별 .. 2025. 12. 5.
[영화] 7인의 사무라이 : 캐릭터와 전투, 정서와 리듬을 살린 거대구조, 영화사적 분기점, 영화과의 종합교재, 액션의 쾌감과 윤리적 여운 영화 「7인의 사무라이」는 전쟁과 빈곤으로 피폐해진 농촌을 배경으로, 폭력의 시대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연대가 어떻게 가능할지 묻는 거대한 서사극이다. 전투의 스펙터클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결국 무엇이 진정한 승리이고 누가 살아남는가를 되묻는 시선 덕분에 지금도 ‘액션 영화의 외형을 한 인물·윤리 드라마’로 기억된다.​가난한 마을과 떠돌이 전사의 동맹이야기는 16세기 말 센고쿠 시대, 추수 때마다 들이닥쳐 곡식을 약탈하는 도둑 무리 때문에 절망에 빠진 산골 마을에서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은 돈 대신 끼니만 제공할 수 있는 처지에서, 노(老) 사무라이 칸베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는 자신의 뜻에 공감하는 여섯 사무라이를 더 모아 총 일곱 명의 집단을 이룬다. 초반부는 사무라이를 설득하고 선발하는 과정, .. 2025.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