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 : 두 세계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 군인의 선택, 환경주의와 식민주의 비판을 담은 직선적 알레고리, 시각효과의 혁신, 몸과 정체성을 옮겨 가는 판타지, 그리고 윤리적 질문, 눈부신 판타지의 껍질 속에 담긴,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
영화 「아바타」 1편은 첨단 시각효과와 3D 기술을 통해 외계 행성 판도라의 풍경을 압도적으로 구현하면서, 동시에 식민주의·환경 파괴·타자와의 공존이라는 고전적인 테마를 대중적 서사로 풀어낸 SF 블록버스터다. 이야기 자체는 익숙한 구조를 따르지만, 시각적 몰입감과 세계관 구축,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알레고리 덕분에 여전히 의미 있게 회자되는 작품이다.두 세계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 군인의 선택2154년, 지구는 자원 고갈과 생태계 붕괴를 겪고 있고, 거대기업 RDA는 알파 센타우리계의 위성 판도라에서 희귀 광물 ‘언옵테이늄’을 채굴하려 한다. 판도라의 공기는 인간에게 독성이 있어, 인간과 나비의 유전자를 결합한 ‘아바타’ 몸을 원격 조종해 토착민 나비와 접촉하는 아바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2025. 12. 9.
[영화] 미나리 : 땅을 꿈꾸는 아버지와 일상을 지키고 싶은 어머니, 할머니와 손자의 관계가 보여주는 정체성의 두 얼굴, 상징의 구조, ‘아메리칸 드림’을 해체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시선, 뿌리를 지키며 살아남는 모든 이들을 위한 조용한 찬가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남부로 이주한 한 한국계 이민 가족의 일상을 통해, 생존과 자존심, 사랑과 좌절이 뒤엉킨 ‘아메리칸 드림’의 속살을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비추는 가족 드라마다. 거대한 사건이나 감정 폭발 대신, 밥상머리의 침묵과 작은 다툼, 웃음 섞인 농담 속에 이민자의 현실과 정체성의 분열을 담아내며,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로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낸다.땅을 꿈꾸는 아버지와 일상을 지키고 싶은 어머니아버지 제이콥은 병아리 감별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아칸소의 ‘기름진 땅’을 발견했다는 믿음 하나로 한국 채소 농장을 일으키려 한다. 그는 중개인 도움 없이 직접 우물을 파고, 한국 교포 시장을 향해 작물을 키우며, 가족에게 “언젠가 이 땅에서 제대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집..
2025. 12. 9.
[영화] 설국열차 : 계급 혁명 서사, 잘려진 칸마다 드러나는 계급과 소비의 풍경, 계획된 혁명과 ‘균형’이라는 이름의 잔혹한 통치, 파국 이후의 한 발, 혹은 처음으로 내려선 바깥, 멈춰야만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은유
영화 「설국열차」는 인류 최후의 생존자들이 탑승한 열차 내부를 계급별로 분할된 하나의 축소 사회로 설정하고, 꼬리칸에서 맨 앞 칸까지의 전진을 계급 투쟁과 인식의 여정으로 형상화한 디스토피아 SF다. 봉준호 특유의 블랙유머와 장르 쾌감이, 종말 이후에도 계속되는 불평등과 통제의 구조에 대한 냉혹한 알레고리와 결합해, 동시대 자본주의 비판 영화 중 가장 직관적인 이미지를 제시한다.꼬리칸에서 기관차까지 이어지는 계급 혁명 서사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기후 조절 시도가 실패해 지구가 빙하기로 돌변한 뒤, 인류의 생존자는 영구기관 열차 설국열차 안에서만 살아남는다. 열차는 맨 뒤 꼬리칸의 극빈층부터 앞쪽의 사우나·수영장·클럽·학교·부유층 객실, 그리고 맨 앞의 기관차에 이르는 계급 구조로 나뉘어 있고, 꼬리칸..
2025. 12. 9.
[영화] 세븐 : 일곱 가지 죄와 함께 무너져 가는 두 형사, 느와르 미장센, 필연처럼 다가오는 끝맺음, 악과 정의, 분노에 대한 불편한 질문들, 윤리적 잔상
영화 「세븐」은 일곱 가지 대죄를 모티프로 한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두 형사의 시선을 통해, 악이 일상에 스며든 도시에서 정의와 분노가 어디까지 유효한지를 집요하게 묻는 암흑의 스릴러다. 잔혹한 범죄 묘사와 충격적인 결말로 유명하지만, 그 바탕에는 ‘타락한 세계에서 어떻게 도덕적으로 존재할 것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이 촘촘히 덧입혀져 있다.일곱 가지 죄와 함께 무너져 가는 두 형사영화는 비가 그치지 않는 이름 없는 도시에서, 퇴직을 앞둔 노형사 서머싯과 신참 밀스가 비정상적인 폭력이 스며든 살인 사건 현장에 호출되면서 시작된다. 곧 이들은 비만 남성을 강제로 먹여 죽인 ‘탐식’, 스스로 살을 도려내게 만든 변호사의 ‘탐욕’ 등, 일곱 대죄를 상징하는 연쇄살인을 목격하며, 범인이 단순한 쾌락 살인자가 ..
2025. 12. 9.
[영화] 박쥐 : 윤리의 붕괴, 파국적 로맨스, 뱀파이어 장르를 빌려 신앙·욕망·도덕을 실험, 박찬욱식 블랙코미디, 신앙과 욕망을 동시에 응시하게 만드는 파국의 러브스토리
영화 「박쥐」는 가톨릭 신부가 실험 치료 도중 뱀파이어로 변하면서, 신앙·욕망·죄책감 사이를 오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 욕망의 그림자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파국적 멜로드라마다. 공포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랑·윤리·신체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박찬욱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노골적이면서도 숙고된 문제작으로 평가된다.성직자가 뱀파이어가 될 때 벌어지는 윤리의 붕괴주인공 상현은 치명적인 바이러스 치료 실험에 자원한 끝에, 수혈로 인해 뱀파이어가 되어 살아난 가톨릭 신부다. 그는 이적을 행한 성자로 추앙받으면서도, 피와 육체적 욕망에 시달리는 존재가 되고, 신앙과 금욕의 가르침은 곧장 육체 본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어린 시절 친구 강우의 집에 머물며 강우의 아내 태주와 금지된..
2025. 12. 9.